[ZERO LETTER] Let i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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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Let it go!
  • 닥터스글로벌 최범진 이사
  • 승인 2023.12.1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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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기공계에 띄우는 편지'는 기공계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사회적 현안 등을 함께 나눔으로써 궁극적으로 기공계의 발전을 꾀하고자 마련된 코너이다.

‘Let it go’라고 하면 우리에게 2014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했던 ‘겨울왕국’의 OST 제목이 먼저 떠오른다. 이미 개봉한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겨울만 되면 여러 곳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이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됐기 때문에 더욱 많이 여러 매체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원래 “Let it go”라는 문장의 사전적 의미는 ‘그냥 둬라’, ‘내버려 둬라’ 라는 의미이다. 영화의 내용을 고려해서 보게 된다면 주인공 엘사 여왕이 얼음을 만드는 능력이 점점 더 커져 가족과 국민들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주인공 엘사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얼음 궁전을 만들고 그곳에서 다른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는 부분에서 자신을 내버려 둬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고,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금 더 반영해서 해석하자면 ‘다 잊어버려’라는 의미로 재해석 되기도 한다. 즉 다 잊고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Let it go’라는 문장이 비단 겨울왕국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영화 ‘인디아나존스-최후의 성전’ 편에서 마지박 부분에 성전의 갈라진 바닥 틈으로 떨어진 성배를 잡으려는 인디아나 존스를 아버지 존스박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Let it g’o라고 했던 부분도 있다. 글자 그대로 잊어버리고 그대로 놔두라는 의미이다.

이제 2023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었다. 곧 다가오는 2024년이 기대도 되지만 현재의 전세계적인 분위기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지나온 2023년의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주말과 평일에 여기저기서 송년회를 하게 되고, 그냥 한 해를 떠나보내는 의미를 넘어서 새로이 맞이할 2024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우리의 경우도 조금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다. 단, 우리는 치과기공사로서의 직업적 특징을 생각한다면 한 해의 마무리는 끝의 의미가 아니고 새로운 준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루도 아닌 반나절이 다르게 급변하는 치과기공 술식과 시스템의 변화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핸드 메이드로만 일하던 시기에는 실수를 줄이고, 보철물의 완성까지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모든 과정에서 디지털 장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부분을 고려하면 당연한 부분일 것이다. 물론 중간 과정이나 마지막에 복구(?)할 수 없는 실패 요인이 나오면 전 단계 또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스템의 제작 기반이 기본이 되는 지금은 바로 전 단계나, 처음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그리 많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다. 과정별로 시간이 다소 걸리는 부분이 있지만, 다시 손으로 처음부터 해야 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 

보철물을 제작하는데 실패하거나 중간 과정에서 애매한 경우 즉, 부분적으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지금은 거기에 너무 매여서 전체 과정의 흐름을 반대로 가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부분은 이미 확인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정말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야 하는 부분이 ‘Let it go!’이다. 그냥 놔두라는 의미 이전에 새롭게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가 맞을 것이다. 방법이 아예 전무하다면 다른 이야기지만 디지털 시스템이 갖추어진 상태라면 조금 더 쉽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우리 치과기공사의 업무에 비춰본다면 어제나 오늘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치과기공사의 업무인 치과 보철물 제작 과정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거래처인 치과에 약속된 기일을 넘기지 않고 보철물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표면으로는 거래처와의 약속이지만, 사실 환자와의 약속이며, 환자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치과에서 약속받은 날짜에 보철물을 장착하러 오게 된다.

거래처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환자 내원 당일이나 그 전까지 우리가 정성스럽게 완성한 보철물은 치과에 전달되고 결국 환자 구강에 셋팅되어 거래가 유지된다. 이는 보철물 1개에 2개의 약속이 동시에 잡히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는 급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다소 제작 기간이 여유로운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완성도 높은 보철물을 제작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12월은 2023년의 마지막 달이다. 2024년까지 지난 한 해 동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결과에 만족지수가 다소 낮았던, 반대로 높았던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또 다른 성장을 위해 ‘Let it go’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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