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기공계, 세계시장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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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기공계, 세계시장으로 나가자”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5.24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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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해외 수출, 조 다니엘 TDS 대표

▲ 조 다니엘 TDS 대표.
미국에서 30년 동안 덴탈 테크니션으로 일하면서 치과재료업계 마케팅 거물들과 네트워크를 쌓은 사람. 그 인맥을 활용해 무궁무진한 세계 기공물 시장을 대한민국 기공계가 장악하자는 목표로 귀국한 사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제대로 된 테크니션을 키워야 한다며 월 평균 3500만원을 기공사 교육에 투자하는 사람. 현재 서울에서 120명의 직원이 일하는 기공소를 운영하며 기공사 한 사람에게 연봉 9000만원까지도 주는 사람. 미국과 일본 등 6개국 현지 법인을 통해 세계로 시장을 넓혀가는 사람. 조 다니엘 (주)The Dental Solution(TDS) 대표의 이력이다. 베트남과 중국에서 제시하는 유리한 조건을 뿌리치고 한국을 선택한 그의 생각을 들어본다.

* 한국으로 온 이유는?
- 지금 중국에 가서 일한다면 한 달에 2억원은 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한국인이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치과 기공계가 잘 되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고, 한국 기공사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현실적인 배경도 있다.

미국에 있으면서 4년 동안 아웃소싱 주문을 한국과 월남, 중국 등에 보냈는데 한국 기공물의 퀄리티가 가장 좋았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 기공사는 대학까지 졸업한 우수한 인재이므로 조금만 더 교육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 기공사 교육에 월 3500만원을 투자한다고 들었다. 경영면에서는 손실일 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 아웃소싱으로 기공물을 제작하는 사업은 기술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하면 할 수 없다. 기술을 인정받으려면 국제 규격에 맞춰 기공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하고, 교육에는 당연히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 대구지사에서 30명의 직원에게 국제 규격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신참은 물론 경력 10년의 기공사라도 국제 규격을 익히지 않으면 소용없다.

지난 2월부터 한 달에 7500만원을 투자하고 월 평균 4000만원 정도를 기공물 제작으로 회수했다. 한 달에 3500만원, 석 달 동안 1억원 이상을 교육에 투자한 셈이다. 이들이 기공물 제작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7~8월경이 손익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500여명을 이런 방식으로 교육했다. 우리나라 기공사가 2만명이라면 2.5%를 교육한 셈이다.

이렇게 투자하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 잘 배워 제대로 된 기공물을 만들어내는 기공사가 많아지고, 이들이 국제 규격을 한국 기공계에 계속 전파하면 우리나라 기공계가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기공계의 질이 높아지면 현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좋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우수한 학생들이 기공과를 계속 선택하면서 기공계의 질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 TDS에서 교육을 받은 기공사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 우리 회사에서 교육을 받은 기공사 가운데 1년이 되면 80%가 떠나고 2년이 되면 90%가 떠나 10% 정도가 남는다. 4년가량 일해야 테크니션으로서 완성되는데 중도하차하는 셈이어서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다.

이렇게 떠나는 것은 연봉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신입직원이라도 허드렛일을 시키지 않는다. 바로 기공의 기초부터 엄격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TDS에서 1년 배우면 다른 기공소에서 3~4년 일한 실력을, 2년 배우면 다른 곳에서 5~6년 일한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다른 기공소에 가서 면접을 보면 2년차가 5~6년차의 연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직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고, 그들이 한국 기공계에서 일한다면 우리 기공계의 질을 높이게 되므로 상관없다.

반면, 우리는 철저하게 능력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다. 일을 하는 만큼 급여를 준다는 것이다. 세라믹 탑 테크니션의 경우 9000만원, 캡 공정의 경우 8500만원 짜리 연봉자도 있다. 실력을 갖추고, 일하는 만큼 급여를 지급한다. 결국 오래 일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게 된다.

* 직원이 떠나면 교육에 투자한 것이 결국 손해가 되는 것 아닌가?
- 하루하루의 손익을 따진다면 교육 사업을 할 수 없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 교육을 하면 국제적 표준이 한국 기공계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국제 기준으로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고, 그만큼 한국 기공계의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하는 일이 성공사례가 되면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게 된다. 그러면 실력 있는 사람이 우리 회사에 더 많이 지원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게 되고, 그에 따라 회사도 성장하게 된다.

* 기공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기공소를 운영하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도 있다.
- 나는 미국에서 기공을 배웠다. 미국에는 기공사 자격증이 따로 없기 때문에 나도 라이선스는 없다. 만약 한국 기공시장에 뛰어들려면 TDS 대표에 기공사 자격을 가진 임직원을 앉히면 된다. 우리 총무이사도 기공사인데,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시장은 한국이라는 좁은 곳이 아니라 세계시장이다. 세계시장에서 주문을 받아 기공물을 수출하는 것이므로 기공소일 필요가 없다. 실제 TDS는 기공소가 아닌 제조업, 즉 공장으로 등록돼 있다. 국내시장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 공장으로 등록됐으므로 우리가 제작한 기공물은 단 한 개도 국내시장에 팔수 없다. 한국시장에서 유통도 되지 않는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인터뷰를 마치면서 조 대표는 한국 기공계에 대해 “세계를 향해 도전하라. 세상은 넓고 기회도 많다”고 강조했다. “남과 비교하고 시기하면 국내에서만 살아야 하고 대한민국 치과기공계의 발전은 없다”는 그는 “마라톤은 남을 기준으로 뛰면 진다. 내 기준으로 뛰어야 지치지 않고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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