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 아이콘] 김보영 마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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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 아이콘] 김보영 마에스터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3.01.31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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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성 최초의 독일 기공사 마에스터

▲ 김보영 씨가 마에스터 자격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04년 동우대학 치기공과를 졸업하고 2006년 생면부지의 독일로 날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남들처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해 독일 치과기공사 마에스터(Zahntechnikermeister/in) 자격증을 땄다. 독일 마에스터가 별건가 싶기도 하지만 현지인 응시자도 합격률이 30%에 불과하고, 한국인 여성 기공사로는 최초 취득자라는 데야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다. 당찬 한국인 여성 기공사, 김보영 마에스터(Zahnwerkstatt기공소)를 통해 독일 기공계를 만나본다.

Q 독일행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게 됐나
대학 때 김사학 교수님이 독일 마에스터에 대해 잠깐 설명해 주신 적이 있었다. 졸업하고 기공사 면허를 받고 취업을 해 일을 하면서도 가끔 그 말씀이 생각났다.

제가 큰 욕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공사로서 한 번 도전하고 싶었다. 집에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 “참으라”며 웃으셨고, 주변 모두가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반대 속에 독일 마에스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비행기를 탔다.

Q 독일 마에스터는 어떤 자격인가
한 마디로 기공소를 개설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독일에서는 기공사 면허가 있더라도 기공소를 개설하려면 마에스터가 돼야 한다. 이 같은 제도에 따라 한국처럼 기공소가 난립하거나 하는 문제는 별로 없다.

물론 마에스터가 되면 일반 기공사와 같이 취업을 해도 보수가 높아진다. 기공사에 대한 대접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Q 시험에 응시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가
우선 기본적으로 기공사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기공사 면허취득 과정은 3년 6개월이다. 저는 한국에서 3년 동안 공부하고 면허를 취득했으므로 자격 인정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독일은 철저히 능력 위주로 평가한다. 또한 그들도 학제 기간을 전부 채우지 않더라도 능력이 되면 월반을 하는 등으로 조기 수료를 인정하기도 한다. 저도 현지 교수 인터뷰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받는 등 일정한 테스트를 거쳐 마에스터 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다.

Q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
치과기공사 마에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4가지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교육자 과정과 이론 및 실기 과정, 그리고 전문경영인과정을 거쳐 각각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비로소 치과기공사 마에스터 자격증이 주어진다.

경영인과정에서는 기공소를 운영하는데 요긴한 세무와 법률, 인사 등의 실무를 배운다. 경영의 필수요소를 모두 습득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교육 과정은 14개월 남짓으로 생각보다 길진 않다. 짧지만 깊이 있는 교육이 이뤄진 뒤 이론 2일, 실습 9일 등 모두 3주에 걸쳐 시험이 진행된다.

구술시험도 있다. 실습시험이 끝난 뒤 제출한 실습 과제물을 놓고 8명의 면접관과 토론을 벌이는 거다. 예를 들어 “네가 만든 보철물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그에 대한 개선점을 피력하던지, 아니면 문제가 아니라 장점이라고 설명하던지 하는 식이다.

Q 공부가 어렵진 않았는가
재수를 거쳐 합격했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겨낼 만큼만 어려웠다. 독일어를 배우지 않고 갔으므로 처음 1년 반은 어학에 매달렸다. 만약 독일어를 미리 공부하고 갔다면 그만큼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독일어 공부를 했어도 전문용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이해하는 게 힘들었다. 저는 일단 모든 강의내용을 필기해 나중에 복습하기로 했다. 원래 한국 학생이 노트 필기는 잘하지 않는가. 철자가 틀리든 문맥이 맞지 않던 열심히 기록했더니 나중에 독일 학생들이 내 강의노트를 빌려갈 정도가 됐다. 노트를 빌려주고 나도 그들에게 내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하고, 그렇게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공부했다.

한국과 달리 독일의 시험은 회수제한이 있다. 기공사 마에스터도 3번만 응시할 수 있고, 3번 떨어지면 다시는 마에스터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경영자가 아닌 기공사로서의 근무조건도 만족할 만 하므로 독일인들은 시험에 떨어져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Q 한국인 동료는 없었는가
뒤셀도르프 마에스터 학교에서 한국인 선배를 몇 명 만났다. 저보다 먼저 공부를 시작한 분들인데 아쉽게도 중도에 포기하면서 헤어졌다.

이 분들의 포기를 보면서 현지인들과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현지인들에게 독일어로 물어보고, 그렇게 사람을 사귀었다. 독일 사람들과 소통을 잘 한 것이 합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보영 마에스터가 전하는 독일 치과기공 사회는 한국 기공계의 꿈이 될 만했다. 마에스터만 기공소를 개설토록 해 기공소 난립이라는 문제가 원천적으로 생겨날 수 없도록 했고, 마에스터만 가입하는 조합은 조합원에게 ‘치과 블랙리스트’ 같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조합 가입이 의무가 아닌데도 거의 모든 마에스터가 이런 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
 

기공소 끼리의 관계도 경쟁적이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이다. 김 마에스터의 남편이 기공소를 개설하고 치과와 거래를 시작했는데, 어느 날 근처 기공소에서 “××치과와 거래하고 있다면 조심해라. 나는 그곳에 상당액의 미수금이 있다”며 주의를 주더라는 것. 신설 기공소를 경쟁상대로 인식하지 않고 동료로 보살펴 주더라는 얘기다.

기공료 덤핑과 같은 우리 기공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도 당연히 없단다.

“독일은 철저히 실력에 의해 평가 받고 대접 받는 사회입니다. 캐드캠 등 거대 시스템도 한국처럼 옆집에서 하니까 하는 것이 아닌, 나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식”이라는 김보영 마에스터는 “기회가 된다면 국내 학술대회 등에서 독일 기공제도를 소개해주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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