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길동 그리고 마릴라 커스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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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동 그리고 마릴라 커스버트
  • 최범진 센터장
  • 승인 2016.04.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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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범진 미라클CAD/CAM센터장

-신한대학교 최기공학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고길동’은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가 김수정이 꼬마 공룡을 소재로 하여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연재한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캐릭터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 케이블 방송의 ‘응답하라 1988’은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아기공룡 둘리를 잘 모르는 세대에도 조금 친숙한 지역이 되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최근 서울 외곽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40년 가까이 나고 자란 동네여서 더욱 친근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애니메이션 내용 중 둘리가 처음 도착해서 도시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곳이 바로 쌍문동에 있는 우이천 옆 고길동의 집이었다. 때로는 괴물 취급도 받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하인보다 못한 취급도 받으며 집안의 온갖 살림을 맡아한다. 고길동의 조카 희동이와 다른 친구들이 함께하며 고길동의 폭언과 모욕 그리고 폭력을 동반한 박해로부터 버텨내고 가끔씩 시원한 복수를 한다. 그때마다 고길동은 반성도 하면서 둘리와 그 친구들을 혼내주고 싶은 결심을 하는 인물이다.
‘마릴라 커스버트’는 세계적인 캐나다 여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의 성장소설 <빨간 머리 앤>(원제: Anne of Green Gables)에 나오는 인물로 주인공 앤이 입양되었을 때무터 대학을 진학하기 전까지 친딸처럼 키워준 인물이다.
소설의 내용상 독신으로 오빠 매슈 커스버트와 함께 앤을 기른다. 마릴라는 평소 성격이 무뚝뚝하고 차가우며 평소에 앤에게 엄하게 대하는 인물이지만 누구보다도 앤을 사랑하고 아끼는 인물이다. 앤이 처음 입양되어 매슈와 마릴라와 함께 생활하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소설에서 그리고 있으며 앤의 작은
실수까지도 엄하게 꾸짖는 캐릭터로 설정이 되어 있다.
두 작품의 주인공인 둘리와 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공통점이 갑작스런 인연을 통해 고길동 그리고 마릴라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엄밀히 이야기하면 앤은 커스버트 남매가 입양을 신청하여 이루어진 만남이지만, 그들의 바램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사내아이가 아닌 여자아이가 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예상치 못한 인연이라는 언급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두 작품에서 대부분의 구성과 이야기의 전개는 둘리와 앤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며, 두 캐릭터가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 그리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길동에게 핍박을 받으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둘리가 있고, 마릴라에게 매일 또는 하루에 몇 번씩 혼나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앤이 독자와 시청자들로 하여금 동정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둘리와 앤의 입장에서 조금 벗어나 고길동과 마릴라의 입장에서 둘리와 앤을 바라본다면 이야기의 전개와 해석은 완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나타나 집안을 어지럽히고 실수였던 아니던 집기를 훼손하고, 힘들게 일하고 귀가해서 쉬어야 할 곳의 안정된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인물들인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내 집에 갑자기 나타나서 집안의 안정된 질서를 무너뜨리고 휴식을 방해하려 한다면 그것이 고의든 아니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고길동과 마릴라보다 더욱 심하게 대할지도 모른다. 혹자는 이 두 명의 캐릭터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심이 생기거나 동정심이 생기면 이미 중년이 되었다는 한 가지 척도(?)라고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요즘 고길동과 마릴라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만약 힘들게 기공소에서 일하고 집에 귀가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예고 없이 새로운 인물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면 결코 반갑게 상황을 맞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집안 내에서만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장이던 아니면 속해있는 다양한 성격의 모임이건 허허하며 쉽게 고개를 끄덕
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치과 기공계는 어떠한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스템과 구조가 변경될 것이라는 예측은 일반산업 분야에서도 이미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비단 과거부터 시행하던 아날로그 중심의 업무에서 소위 말하는 장비를 이용한 테크닉으로 바뀐지 오래고, 향후에도 더욱 많은 부분들이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마음 한 컨에는 우리의 일을 사랑하고 아끼고 더 나아가 즐기려는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시기에 자신은 물론 우리의 발전을 위해 준비할 것이 바로 표현하는 사랑과 아끼는 마음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그에 맞게 적응하며 일을 하고, 새로이 다가올 미래에 더욱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고길동과 마릴라가 많이 부족했던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로움과 변화된 삶에서 만약 고길동과 마릴라가 둘리와 앤에게 외적 표현을 동반한 마음을 보여주었다면 가족의 탄생과 상호 적응이 더욱 쉬워졌을 수도 있다.
고길동과 마릴라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둘리와 앤을 아끼는 마음을 조금 더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울러 치과기공 분야에서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동료와 선·후배님들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마음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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