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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범진 미라클CAD/CAM센터장
  • 승인 2016.06.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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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미라클CAD/CAM센터장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현 미라클CAD/CAM센터장

새, 3, 아래, 나비, 기......
“어~~선생님 다음은 잘 안보이는데요”
초등학교를 입학한 이래로 매년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전에 했던 것이 바로 신체검사였다.
그 중 시력 검사는 빼놓을 수 없는 검사항목이었고, 매년 시력검사를 하기 전 시력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 하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력 검사판 앞에서 작은 글씨를 유심히 보고 외우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는 눈이 좋은 것이 큰 자랑이었고, 오늘날도 그 점에선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왠지 안경이라는 걸 쓰고 싶었고 ‘안경을 쓰고 있는 애=공부 잘하는 애’라는 규명하지 못하는 상관관계를 내포한 구절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조금이나마 학업 성과를 더 올리기 위해 시력이 저하되는 상황을 신경쓰지 않고 칠판 글씨를 잘 볼 수 있게 안경을 썼던 것 같다. 물론 친구들 중에는 조금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또, TV에 나오는 연애인들을 따라하기 위해 도수가 없거나 알 없
는 안경을 썼던 기억이 난다.
치기공학과 대학을 다니며 어느 순간 시력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보고 만지고 만드는 것이 작은 것들이어서 그렇겠지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근시가 있었던 나에게는 가까운 물체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조금 고령의 만학도 선배님들 중에는 동네 복덕방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돋보기를 쓰셨던 분이 있었다.
스스로를 노안(?)이라고 하시며 이걸 써야 교합면의 Groove를 잘 만들 수 있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난다.
학교를 졸업하고 기공소에 취직해보니 몇 자리에 기공용 현미경이 놓여 있었다.
주로 석고모형의 미세한 부분을 보면서 다듬거나 마진을 찾아서 트리밍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었다. 충분히 맨눈으로도 잘 보이는 모델은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고 잘 안보이는 부분을 조금이라도 정확히 찾고자하는 중요한 장비였고, 지금도 기공용 또는 의료용 현미경은 일을 꼼꼼하게 하는 사람과
그 기공소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
물론, 고배율 현미경을 보면서 모형의 특정부분 또는 보철물의 마진 부위를 찾거나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고 리메이크를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항상 현미경 앞을 떠나지 않는 분이 기공소에는 계시기 마련이다. 두 번째 근무했던 치과 기공소의 소장님께서는 중요한 작업을 하실 때 돋보기를 쓰고 일하셨는데, 그때 늘 하셨던 말씀이 “이걸 쓰면 2.0 , 벗으면 _2.0”이였다.
더불어 이거 없으면 일 못한다고, 기공사의 손은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된 수련을 통해 숙달되었는데, 눈이 안보여 일하기 힘들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현미경을 모든 작업과정에서 쓰시는 선배님들 중에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분이 계셨다. 현미경을 통해 보는 상은 믿겠는데, 자기의 눈은 더 이
상 못 믿겠다고 하시며 집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하셨던 걸 들은 기억이 난다.
정확하고 정교한 보철물을 제작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자 도구인 안경과 현미경이 어느 순간부터 없으면 일을 못하는 정도의 의존도를 가진 존재가 된 것에 마음 한 곳에 허전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제한되고 갇힌 공간에서 일하는 업종이라서 더욱 그런지 모르겠지만, 약해지는 시력과 높아지는 의존도
그리고 낮아지는 자신감 등이 한꺼번에 체험하게 되면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것은 서운함과 안타까움일 것이다.
물론 신체의 변화가 원인이 된 노안의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자기 자신을 못 믿어 무엇엔가 의존하게 되고 그것을 어떤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스스로 겪는 시기와 상황의 핸디캡이 자신의 일상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은 바로 자신의 눈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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