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제 기억 속에는 늘 기공소의 불빛과 기계 소리가 함께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일터를 오가며 자랐습니다.
핸드피스 돌아가며 금속을 다듬는 소리,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작업대의 풍경은 제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시간이 얼마나 값진 희생이었는지 다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엄마는 늘 바빴고, 늘 강했고, 늘 제 곁에 있는 존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엄마께서 3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치과 기공사의 길을 걸어오셨다는 사실은, 이제 제가 같은 길을 걷고 있기에 더 깊이 와닿습니다. 치과기공 일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함, 눈과 손의 감각을 모두 쏟아야 하는 집중력,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책임감까지. 그 모든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며 한 길을 걸어오신 엄마의 뒷모습은 제게 가장 큰 교과서였습니다.
엄마는 고향으로 내려가 전원주택을 지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지만, 제 마음속에서 엄마는 여전히 현장의 기공사이자 제 인생의 스승입니다. 이제는 제가 그 일을 이어받아 남편과 함께 기공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업대 앞에 서 있을 때마다, 거래처와 상담을 할 때마다, 직원들과 방향을 논의할 때마다 문득문득 엄마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기공은 손으로 하지만, 마음으로 완성하는 거다.’ 그 말의 의미를 저는 하루하루 배워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헌신 덕분 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일하시고도 제 학업을 챙겨주시던 모습, 힘든 내색 없이 늘 ‘괜찮다’라고 말해주시던 그 한마디, 그리고 제가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누구보다 든든하게 응원해 주셨던 믿음. 그 모든 시간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며 때로는 경영의 어려움에 부딪히고, 기술적인 한계 앞에서 고민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부모님께서 걸어오신 39년의 세월을 떠올리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특히 지금도 아낌없이 조언해 주시는 부모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미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내셨음에도, 제 고민을 자기 일처럼 들어주시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건네주시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신뢰를 쌓는 방식, 위기를 버텨내는 자세까지 저는 여전히 배우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삶은 제게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지탱하는 기반이자 미래를 비추는 방향입니다.
이 일을 하며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집니다. 이제는 저 역시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서게 되었고, 가정을 이루어 남편과 함께 책임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부모님이 감당하셨을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부모님께서 일궈오신 신뢰와 정직, 성실함의 가치를 지켜가겠다고. 단순히 기공소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그 이름에 담긴 시간과 철학까지 이어가겠다고.
엄마, 그리고 아버지. 저를 이 길로 이끌어주시고, 삶으로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흘리셨을 땀과 기도의 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더 단단해져서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자 당당한 기공사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 역시 제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뒷모습을 남길 수 있도록, 오늘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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